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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열림의 미학, 빛의 춤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은 건 한미여성회(KAWA) 미술사 수업 시간이었다. 감각과 공간, 움직임을 다루는 그의 예술 세계는 처음부터 강한 인상을 주었다. 작년부터 LA현대미술관(MOCA)에서 그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지난 메모리얼 데이 연휴 드디어 전시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길을 잘못 들었다. MOCA라고 하기에 브로드 미술관 옆에 있는 곳인 줄 알고 네비게이션도 없이 당당히 가서, “엘리야슨 예약했습니다” 하고 QR 코드를 내미니 직원이 웃으며 “그 전시는 게펜 컨템포러리(MOCA의 별관)에서 열려요”라고 했다. 결국 다시 차를 몰았고 주차비만 두 번 들었다. 도시 한복판에서 길을 헤매는 그 시간조차 왠지 예술처럼 느껴졌다. 미술도 인생도, 모든 공간이 늘 우리가 예상한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았다.   두 번째 전시장, 게펜 컨템포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었다. 전시 제목 ‘OPEN’은 단지 문이 열렸다는 뜻이 아니었다. 이곳은 감각과 시선, 생각을 ‘열어주는’ 공간이었다. 엘리아슨은 묻는다. “나는 지금 느림에, 타인의 시선에, 나 자신에게 솔직한가?” 그 질문 앞에서 마음의 문이 하나 열리는 경험을 했다.   빛과 그림자, 색과 공간이 끊임없이 변하는 전시 안에서 나는 멈춰 선 채 작품의 일부가 되었다. 무용수처럼. 나는 미술관에서 종종 그림 앞에서 춤을 춘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동작이 아니라, 색과 선의 리듬에 몸이 자연스레 반응하는 것이다. 발레는 나만의 감상 방식이다. 엘리아슨의 작품 앞에서는 그것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라, 예술에 닿는 정당한 방식임을 느꼈다. “괜찮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그가 말하는 듯했다.   전시가 더욱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3월, 한국 리움미술관에서 우연히 본 구석진 계단에 구조물이 사실 엘리아슨의 작품이라는 걸 나중에 미술사 수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감동이 이제는 이름과 의미를 가진 예술로 되살아났다는 사실. 알지 못한 채 느꼈던 감정이, 이해를 통해 더 깊어지는 것. 그것이야말로 예술의 힘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 엘리야슨은 청소년 시절 브레이크댄스를 추던 무용수였다. 그의 작품에는 몸과 공간, 움직임의 감각이 살아 있다. 퍼포먼스와 빙하를 활용한 작업을 보면, 자연과 빛, 몸의 관계를 예술로 풀어내는 그의 철학이 느껴진다. 그는 말한다. “내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곧 예술이다.” 그 말은 무용수인 나에게도 깊이와 닿았다. 내 춤도 그렇다.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은 생각과 감정이 흘러나오는 하나의 형식이다. 나의 존재가 몸을 통해 표현될 때, 그것은 예술이 된다.   오늘 나는 ‘빛의 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내 춤, 내 삶, 내 예술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건, 내 곁에서 늘 사진과 영상을 찍어주는 남편이라는 조용한 동행자가 있다는 것. 예술의 길이 외롭지 않은 건 그 따뜻한 동반자 덕분이다.   나는 진발레스쿨의 ‘발사모(발레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에게 늘 미술사 수업을 권한다. 그림을 통해 세상을 다르게 보고, 춤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것-미술은 감각을 일깨우고, 무용은 그 감각을 몸으로 피워내는 예술이다. 그 두 세계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는 삶을 더 풍요롭고 빛나게 가꿔 나간다. 누군가는 새롭게 눈을 뜨고, 누군가는 잊었던 날개를 되찾는다.그렇게 우리의 일상에도 예술의 기적은 조용히 깃든다. 진 최 / 한미무용연합회회장 진 발레스쿨 원장이 아침에 미학 예술 세계 미술사 수업 공간 움직임

2025-06-04

알재단 온라인 미술사 수업 수강생 모집

비영리 한인 미술인 지원단체 알재단(AHL Foundation)이 오는 16일부터 5월 28일까지 총 20회에 걸쳐 미술사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알재단은 2일 “2008년에 시작한 미술사 강의에 많은 분의 관심과 열정 속에서 이어진 가운데, 이제 33번째 계절을 맞이하게 된다”며 많은 분의 관심을 부탁한다고 밝혔다. 강의는 한국어로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30분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시간을 통한 예술’(Art Through Time)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강의는 고진영 박사가 연사로 나서, 참석자들이 다양한 형태로 예술을 관찰하고 해석하며 예술로부터 즐거움을 얻는 방법을 알려준다.   고전적인 걸작부터 현대 설치예술품에 이르기까지 각 창작물에 숨겨진 영감과 창작자들의 삶에 영향을 끼친 문화적 배경에 대해 함께 탐구하는 순서도 마련된다.   고 박사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미술교육학으로 박사, 캘리포니아 예술학교에서 사진 및 미디어로 현대 미술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매릴랜드토우슨 대학의 미술사 및 디자인, 미술교육학과의 조교수다.     신청접수는 오는 10일까지이며 수강료(400달러) 및 접수 문의는 이메일([email protected]) 또는 온라인(form.jotform.com/233554365977167)로 하면 된다. 김은별 기자 [email protected]온라인 알재단 알재단 온라인 미술사 수업 미술사 강의

2024-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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